장날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장터에 가요.

와글와글 장터에 가요.

  

오늘은 우리 마을 오일장 서는 날.

지게 지고, 소 끌고 장터에 가요. 멍석 이고, 봇짐 메고 장터에 가요.

십 리 길 걸어 걸어 장터에 닿으면,

오늘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기다릴까요?

   

장날

 (이윤진 글/이서지 그림/한솔수북)

 

 

살아가면서 자꾸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 산업화와 미래를 위한 경제개발 논리에 밀려나는 우리문화와 전통이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요즘처럼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까지 흔들리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어려울수록 옛것(복고풍)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 하나가 우리의 '장날'이 아닐까 싶다. 지금이야 재래시장이라고 구박하는 말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시골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장날은 단순히 거래를 하는 시장통이 아닌 문화와 소식을 전하는 주요한 경제활동이 아닐까싶다.

 

온갖 만물상이 나도는 시장의 기능과 소싸움.닭싸움 등 문화적 기능, 그리고 멀리 떨어진 이웃들의 만남의 장소 등 여러기능들이 맞물려 우리의 역사와 삶에 중요한 경제적.문화적 공간인 장날.

"싱싱한 달걀 사이소." "아따, 조금만 더 깎아 줘." "병이란 병은 다 낫는 만병통치약 있어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옛날만큼은 못하지만, 우리네 장터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며 오랜만에 나들이 삼아 나온 유일한 외식 장소이고, 놀이공간이다.

세세하게 표현한 장터의 활발함이 녹아들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옛 장터의 풍경을 거리낌없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치 '윌리를 찾아라'라는 책처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살펴보면 이내 나 자신이 그림속으로 빠져들어 시골장터 한 복판에 있는 착각마저 든다.

옛날 이야기를 보여 주고 들려 주는 '요지경' 아저씨, 엿판 앞에 모여 엿치기하는 아이들, 한입에 쏙 집어먹고 싶은 순대 파는 집을 지나면 꼴깍꼴깍 군침을 흘리고, 닭 잡으러 허둥대는 아저씨, 소싸움하는 소시장, 술 취해 비틀거리는 아저씨, 밥 얻으러 다니는 각설이를 만나면 환하게 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병풍처럼 펼쳐진 앞그림에는 옛날 장터를 그림으로 구성하였고, 그 뒤를 돌려보면 오늘날의 장터를 사진과 함께 역사적 배경과 함께 구성했다는 점이다. 책 앞쪽에서는 이서지 화백의 맛깔 나는 그림으로 우리 조상들이 펼쳐 놓은 사람살이를 그림으로 만나고, 뒤쪽에서는 오늘날 열리는 방방곡곡 오일장을 담은 사진으로 책을 보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 클릭하시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요지경 보는 아이들

요지경 통에 달린 구멍을 들여다보면 홍길동전,심청전 이야기 장면이 차례차례 지나가고,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아저씨 입담에 아이들 까르르 넘어가요.

엿치기하는 아이들

엿판 앞에 모인 아이들은 손때 묻은 엿가락을 들고 엿치기하느라 신이 나요. 훅훅, 입으로 세게 불고는 서로 내 엿가락 구멍이 크다고 우기는 아이들. 오늘 엿 값은 누가 내야 할까요?

소싸움 구경하는 사람들

칠득이네 소와 만수네 소를 마주 세워 놓고 싸움을 붙이고 있어요. 만수네 소에 한 표 던진 옆집 끝순이 아버지가 높여 응원해요.

"촘촘하게 짠 멍석 들여가시오."

어느 집이든 꼭 하나씩은 있어야 하는 돗자리인 멍석. 곧 첫째 딸 시집 보내는 여주 댁이 꼼꼼하게 멍석을 보고 있어요.

순대 파는 아줌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 한 줄을 먹음직스럽게 숭덩숭덩 썰어요.

아줌마 인심에 손님들도 싱글벙글해요.

 

엿장수

철컥철컥 가위 소리에 흥이 나고, 쩍쩍 엿가르는 엿장수 가위질 솜씨가 마냥 신기해요.

아이들 입에는 갈라진 엿 먹고 싶어 침이 한가득 고여요.

달걀 장수

손이 안 보일 만큼 빠르게 짚으로 새끼 꼬아 달걀 꾸러미를 만들었네요.

"우리 집 씨암탉이 방금 낳은 싱싱한 달걀 사이소."


 


 

해 기울어 어스름한 저녁 나절,

 

마을 사람들 하나 둘 장에서 돌아와요.

 

손주 구워 줄 굴비 한 두름, 식구들 신을 짚신 한 죽,

 

몸 약한 우리 어머니 드실 보약 다섯 첩.

 

발걸음 가볍게 섭다리 건너, 식구들 기다리는 집으로 가요.

 

긴 쇼파에 병풍처럼 펼쳐본 '장날' 그림책

 

 

 

 

옛 장터는 아니지만 어릴적에 시장의 느낌은 늘 아련하고 애달픈 곳이었습니다. 때로는 그리움의 대상이었고, 삶의 활력을 주는 충전소였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그자리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대신할 수 없어 어쩌면 가슴 한자락에 남겨두는 옛 공간인 장터(장날)가 더 아련해지는 이유일터이지요. 가끔 바쁘게 살다가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며 지난 발자국을 더듬게 되는 계기가 되는 만남을 가집니다. 아마도 이 책은 그중에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장날'에 대해 어떤 추억을 갖고 계시는요? 장터(시장),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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